<작가노트>
새를 마주침
해 질 녘 홀로 길을 걸을 때면 나지막하게 작은 소리로 노래를 부르곤 했다. 그것은 대개 어떤 노래의 한 소절이거나 혹은 이 노래 저 노래가 섞여버린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반복해서 자꾸 부르다 보면 이상하게도 어두움 속의 두려움은 잊어버리고 만다. 노랫소리가 만드는 투명하고도 동그란 ‘소리의 공’을 굴리면서 어둠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반복되는 노랫소리가 만드는 소리의 공, 나는 그것을 열어 조심스레 밖으로 나가본다. 혹은 누군가를 불러 본다. 어둠과 동화된 나는 흩뿌려진 새들의 무리 속에 서 있다. 새들은 식별 불가능한 지대를 만들고 대지의 힘은 새롭게 배치된다. 알지 못하는 힘 속에서 끊임없이 그것은 너무 일찍 도달했거나 혹은 너무 늦게 와버린 시간이다. 혹은 너무 이르거나 너무 늦은, 막 지나간 것이거나 막 지나갈 시간이다.
지난 여러 해 동안 새를 만나러 다녔다. 겁이 많은 나는 매번 어두운 길, 검은 숲이 두려웠지만 또다시 새를 만나러 나서곤 했다. 새들에겐 언제나 잡히지 않는, 내가 매혹된 자아들이 있다. 그것은 내재하는 어떤 리듬일 수도 질서일 수도 있다. 나와 새들 사이에는 어떤 결연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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