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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동안 800여 곳을 찾아다니며,

우리 선조들의 욕망과 애환이 담긴

석인상, 석장승을 담담하게 담아내다

 

시간염원을 담은 찬연한 얼굴들

 

프레임 속, 배경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다만 짙은 회색빛 한지 위로 사람들의 표정이 도드라질 뿐이다. 비록 이지만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기에, 세월의 풍상을 여미어 안은 그 을 보며 누구의 얼굴인지, 무슨 사연을 담고 있는지, 흥미로운 물음표들이 호기심이라는 나무의 싹을 틔운다. 사진가 윤길중의 작업 석인상석장승은 우리로 하여금 그들이 가두어 둔, 혹은 그들이 가두어진 시간들, 아주 오래전 그때의 시간과 공간 속을 헤집고 들어가 교감을 해보라며 나지막이 뿌리칠 수 없는 권유를 속삭인다.

 

죽은 이는 말이 없다. 고인의 흔적은 대부분 묘지에 머무를 뿐이다. 그래서 고인의 후손들은 무덤을 장엄하고 권위 있게 보여주기 위해 돌로 사람의 형상을 본뜬 석인상을 세운다. 물론 그 석인상들이 고인을 영원히 수호할 것이라는 의미도 담아서 말이다. 사진가 윤길중은 왕들의 무덤을 지키는 정형화된 모습의 석인상 대신 조선시대의 관리들, ‘사대부의 무덤을 수호하는 석인상에 집중하고 있다. 애초부터 그는 석인상이 지키는 주인의 신분이나 제작시기보다는 석인상의 표정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사진 안에서 만큼은 주인의 신분에 따라 계급이 정해진 석상들의 신분을 파괴한다. 들쭉날쭉한 크기의 석인상들은 비슷한 크기로 재단되고 수백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한자리에 배열된다. 놀랍게도 그 많은 석인상의 표정들은 단 하나도 같은 것이 없다. 부피감 있는 얼굴, 크고 넉넉한 귀, 세밀한 수염, 입가에 머문 옅은 미소까지 각기 다른 세세하고 풍부한 표정들은 차가운 돌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새로운 시선은 대상이 가진 질서와 논리에도 새로운 화두를 부여한다. 뛰어난 관찰력을 지닌 윤길중의 작업은 그 속에 스며든 기호와 상징을 읽어내는 묘미가 있다. 그는 무덤 곁에서 망자를 수호하는 석인상이 무한히 살고 싶은 인간의 염원을 품고 있다고 해석한다. 우리의 선조들은 긴 세월을 버텨줄 단단한 화강암에 생명을 불어넣고 기원의 대상으로 삼았던 것이다. 죽은 자를 기리기 위해 세워졌지만 산자는 석인상에서 위로를 얻어가는, 그렇게 무덤 안의 망자와 무덤 밖의 석인상은 같은 염원을 품은 채 동행한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사대부 무덤의 석인상들은 관련 연구와 자료가 거의 없기에 그의 작업은 역사적 기록물로 높은 가치를 지닌다. 하지만 석인상의 의미를 수호에서 영원을 향한 염원그리고 죽은 이와의 동행으로 확장시킬 때 그의 사진은 기록물로서의 가치를 넘어서 미학적, 인문학적 가치로 영역을 넓히게 된다. 망치와 정 하나로 석공들이 불어넣은 염원, 그 염원을 간직한 석인들은 여름보다는 늦가을과 겨울, 화창한 날보다는 돌이 물기를 머금은 날, 세월과 염원을 간직한 얼굴들은 초월적인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왕이나 권력자들의 염원을 담은 것이 석인상이라면 석장승은 또 다른 이들의 마음과 염원이 아로새겨져 있다. 마을 어귀나 사찰 입구에 액운을 막기 위해 세워졌던 석장승은 당시 소외된 민초들이 스스로를 수호하고자 세운 토속신앙의 표식이었다. 세워진 목적과 장소 또한 다른 1700여 기의 석인상과 석장승, 윤길중은 그 돌들에 새겨진 기원을 미학적으로 풀어내기 위해 세심하고 기술적인 후반작업에 몰두했다. 표정을 읽어냄에 방해가 될 배경의 정체를 지우고, 입상의 위치를 끌어내려 얼굴의 위치를 부각시켰다. 돌이 지닌 오묘한 질감을 구현키 위해 한국의 전통적인 외발 뜨기 한지에 프린트를 하고, 살아 숨 쉬는 종이에 화학적 손길을 가할 수 없어 자연의 옻칠과 약재로 코팅을 했다. 단 한 장의 한지를 만들기 위해 백번의 손길을 쏟아 부은 장인들처럼, 단단한 화강암에 사람의 얼굴을 새겨 넣은 석공들처럼, 부단하고 진실된 노력 끝에 시간과 염원을 간직한 찬란한 얼굴들이 탄생했다.

 

그 옛날 우리 선조들의 모습은 어땠을까.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람들의 마음속엔 이런 궁금증이 영글어있다. 한국의 경우, 조선시대 말쯤 사진술이 들어왔기에 그 이전의 모습을 만날 수 있는 자료는 거의 없다. 간혹 전해오는 그림이나 초상화들 역시 다양한 표정을 읽어내기엔 부족함이 많다. 하지만 사진가 윤길중이 구현해 낸 석인상과 석장승들을 한 자리에 배열해 놓고 보면, 시간을 초월한 소통이 느껴진다. 그 세월의 간극이 오백년이건 천년이건 중요치 않다. 한국의 전통과 인문학적 재해석, 그리고 예술적 가치를 두루 갖춘 이 작업은 그들이 가두어 둔, 혹은 그들이 가두어진 시간의 결속에 깊이 품은 염원의 이야기을 가만히 들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대표 석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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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에 새긴 기원(祈願)

 

 

우리 선조들은 돌을 조각해 그 곳에 생명을 불어넣고 왜 그들을 기원의 대상으로 삼았던 것일까! 만들어진 목적과 형태는 다르지만 전국 곳곳에 일반화됐던 석불상, 석인상, 석장승을 촬영하기 위해 5년 동안 천여 곳을 찾아 다녔다.

 

석불상은 삼국시대부터 통일신라시대에 조각수법의 정교함이 극에 달했고 그 수법이 좀 단순해지긴 하지만 고려시대에 숭불정책 영향으로 많이 만들어졌다. 당시에 상류층은 현세불인 석가모니 부처를 주로 모셨고, 하층민들은 미래불인 미륵불을 자신들의 부처로 믿었다. 현실의 어려움을 견뎌내고 미래의 희망을 갈구하는 하층민들이 자신들을 구원해줄 미래의 부처를 그리며 도처에 미륵불상을 세웠다. 불교라는 종교차원의 불상만이 아니라 삶이 어려웠던 중생들의 마음을 다스려 줄 그들의 부처를 새긴 것이다.

 

석인상(문인석, 무인석, 동자석)은 무덤 앞에 세워져 무덤을 수호하는 역할을 했으며 고대 중국 순장제도에서 비롯되었다. 왕이 죽으면 시종하던 사람들을 같이 묻다가 인식의 변화에 따라 순장의 풍습은 진시황의 토용(土俑)처럼 인형(人形)을 묻는 방식으로 바뀌었고, 점차 무덤 밖으로 나와 석인(石人)의 형태로 발전하였다. 석인상은 망자 즉 인간의 삶의 연장에 대한 욕망을 품고 있다. 무덤 안의 망자와 무덤 밖의 석인이 동행을 하다 세월이 흐르면서 망자는 흙으로 돌아간다. 수명이 긴 돌에 자신의 혼을 실어 생명을 연장하고 싶었겠지만 석인도 오랜 세월의 풍파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자연으로 돌아간다.

 

장승은 마을 어귀나 사찰 입구에 세워져 밖에서 들어오는 액운을 막기 위함이었다. 지역에 따라 목장승과 석장승의 형태로 만들어졌지만 목장승은 대부분 세월 속으로 사라졌다. 지배층의 종교이던 유교로부터 탄압받고 소외된 민중들에게 장승은 스스로를 수호하고자 세운 토속신앙의 표식이다. 조선시대 후기에 유교가 쇠락의 길로 접어들면서 장승들도 본격적으로 만들어진 걸 보면 민중들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벗어나고자 하는 염원이 얼마나 컸는지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부릅뜬 퉁방울 눈, 분노에 벌름거리는 펑퍼짐한 코, 미소를 머금게 하는 재미난 입 모양을 한 정겨운 얼굴들은 그대로 민중의 자화상이었다.

 

석불상과 석장승에는 녹록하지 않은 삶 속에서 위안을 얻고 미래의 희망을 기원하고자 하는 마음이 새겨져 있다. 죽어서도 석인상에 자신의 영혼을 오래도록 남기려 한 걸 보면 기원을 넘어 욕망에 닿아있다.

 

<작업노트> 에서 발췌

 

  윤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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