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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인 작가는 이 세계를 버겁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자연은 쉼을 주고 치유의 능력을 발휘한다고 말합니다. 소멸과 생성의 순환을 거듭하는 자연의 현상들, 그 속에 내재되어 있는 신호들을 그녀만의 감각을 통해 잡아내어 촬영함으로써, 우리에게 인간은 자연의 일부로서 공존의 삶을 살아가길 권유하기도 합니다. 작가로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고 있는 김정인 작가의 이번 서이갤러리에서의 라이프 시그널 전시에 많은 분들의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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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1.

30대를 넘어서면서 나에게 세계는 점점 버거운 것이 되었다. 숲을 거닐며 젖은 흙의 향내를 맡고 뒤엉킨 가지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거나 물가에서 지는 해의 윤슬을 지켜보는 것만이 무해한 영역의 시간이었다. 자연은 어머니도 아버지도 되었다. 다정함, 단호함, 끈질김, 노력, 잔인함, 두려움과 공포, 포용, 냉기와 온기, 무한함, 연결과 관계에 관한 많은 모습들이 오고갔다. 그들은 깊이 관여하지도, 방관하지도 않았으며 단지 펼쳐지는 현상들의 처음과 끝을, 그리고 끝에서 다시 시작되는 처음을 보여주었다.

 

잘라내어 수집한 편편의 세계 속에, 삶 속 뿌리내리지 못한 많은 것들을 비추어 보았다삶은 나에게 정확한 형태로 증명하기를 요구했고 나의 응답은 허공에 흩뿌려져 있었다. 무해한 영역 속 보장된 침묵은 생각이 깊고 천천히 움직일 수 있도록 시간을 품을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모호한 모습은 복합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어, 이미지가 된 기억들은 이성보다 자유로웠다. 현재의 기억과 살아있는 감각들이 다른 시점의 감각들과 연결되었고, 내가 선택한 순간들에 각기 앞뒤의 시간이 연결되고 확장되어 하나의 지도가 되었다. 모호한 신호들이 내면의 확신이 되는 순간이다.

   

2.

숲과 바다를 거닐며 시간을 보내다 보면 자연이 행사하는 치유력에 감탄하게 된다나무는 숲의 한 자리에서 평생 습득한 지식 - , , 바람, 살아있는 공동체의 성질 - 을 조용하게 일러주고, 물은 대기와 땅, 바다의 모든 생명에 스며들고 이동하며 양분과 보금자리를 제공한다. 자연 속 모든 생명은 무언의 관계 속에 살아있는 그물망을 통해 상호작용하며 생존에 필요한 물질과 조건, 그리고 안전에 관한 감각정보를 공유하는데이 그물망이 치유의 몸체이다. 자연 속 존재들은 생성-변화-성장-소멸의 순환 속 생명을 감내하는 어느 지점에도 완벽하고 조화로운 모습으로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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