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 갤러리에서는 오는 2월 8일부터 세계 각지의 독립 운동 발자취를 사진으로 기록한, 김동우 작가의 '관심없는 풍경전'을 개최한다.
우리에게 잊혀져 가는 독립 운동의 역사를 세계 곳곳에서 찾아내어 보여 준 그의 사진 작업이, 이제는 우리 주변 가까운 곳에서도 관심 없는 독립 운동의 흔적으로만 자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이 번 '관심 없는 풍경전'은 우리에게 이런 역사가 있었음을, 이런 역사에 관심을 가져야 함을, 그는 사진의 조형적 힘으로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역사적 사실을 사진 예술로까지 승화시킨 '관심 없는 풍경전'은 흐릿해진 역사의 순간들을 우리의 마음 깊숙한 곳으로부터 또렷한 관심을 이끌어 내기에 충분하다.
■ 관심 없는 풍경_ 작가 노트
영웅들의 최후
한동안 부산의 밤을 서성이며 영웅들을 찾아 나섰다.
김해 공항으로 가는 길, 도로 한쪽에 우두커니 서 있는 두 개의 독립운동가 흉상을 만났다. 그것들은 지금까지 누구를 위해 존재했던 걸까. 등 떠 밀리 듯 기념은 해야 했으나 아무도 보지 않았으면 했던 걸까. 마주한 풍경은 분명 명보단 암이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하나 같이 위엄 있고 근엄한 상징들, 그럼에도 돌아서는 발걸음을 주저주저하게 만들었던 시간들, 매번 외로움과 쓸쓸함이 올가미처럼 발목을 잡아챘다. 결국 어둠 속에서 마주한 풍경은 데면데면 했던 우리의 모습 아니었을까. 남루하고 비루한 우리의 자세와 태도 말이다. 2021년 초부터 7개월간 부산에 머물며 내가 기록한 건 망각과 외면 그리고 무관심이었는지 모르겠다. 그것들은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침략과 항거의 역사 모두를 지워 내고 있는 중이었다.
멸실돼 버린 독립운동 현장에 표지판을 세우듯 이번 전시가 사람들의 머릿속에 고민과 질문을 던져 관심을 불러 일으켰으면 한다. 그렇게 과거를 더듬어 현재를 직시하고 미래를 그려 봤으면 한다.
■ 작가 소개
김동우
대학에서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신문사 기자로 일한다. 그러다 행복이 직장에 없음을 깨닫고 과감히 사표를 던진다. 한동안 여행자의 삶을 살던 중 우연히 인도 델리 레드 포트가 한국광복군 훈련지란 사실을 알게 된다. 목덜미를 타고 이상한 기운이 흐르는 기묘한 체험이었다. 그렇게 독립운동가들의 삶에 사로잡혀 2017년부터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독립운동사적지를 찾아 사진과 글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중국, 인도, 멕시코, 쿠바, 미국, 러시아, 네덜란드,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일본 등 10개국의 독립운동사적지와 그곳에 살고 있는 후손들을 취재했고 국내에서도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 유라시아 곳곳에 숨겨진 이야기를 계속 정리해나갈 예정이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근현대사기념관, 갤러리 류가헌 등 전국 각지에서 〈뭉우리돌을 찾아서〉 전시를 열어왔으며 지은 책으로는 《뭉우리돌을 찾아서(사진집)》, 《세계에 남겨진 독립운동의 현장》, 《트레킹으로 지구 한 바퀴》, 《걷다 보니 남미였어》 등이 있다. 국가보훈처 보훈문화상, 다큐멘터리 온빛사진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