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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소식

 

서이 갤러리 전시지원 작가 선정에 부쳐

-손이숙,김전기,유별남,김정인,정금희,강건-

 

서이갤러리 대표 이상미

 

 시인 정현종이 '사람이 오는 것은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라고 했지만 사람이 오는 것 못지않게 떠나가는 것 또한 어마어마한 일일 것이다. 그게 세상에서의 만남과 헤어짐이 아닌, 세상을 영원히 떠나가는 사람과의 이별이라면 그 무게가 어떠할지!

전 세계를 뒤흔든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을, 단순히 사망자 수로 수치화 하는 보도를 접하며, 살아 존재한다는 것 또한, 수치에 불과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러나 살아있으니 일상은 계속되고, 새로운 만남도 계속되어 '다른 사람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오는경험을 하게 되기도 한다.

 

 그 경험이 바로 이 번 1월말까지 진행된 서이갤러리 전시지원 공모에 선정된 작가들과의 만남이었다. 전시공모에 많은 분들이 응모를 해 주셨고, 그 중에 개인전과 단체전 작가들이 선정되었다. 코로나로 미루던 개인별 미팅을 지난주에 하게 됨으로, 갤러리와 작가와의 새로운 만남이 이루어졌다.

 

 제주가 생활 근거지인 강건 작가는 지역 특성으로 인해, 다른 작가들보다 먼저 만나게 되었다. 열화당에서 나온 [소박한 성소]에서 볼 수 있듯, 신당이나 당굿을 중심으로 작업한 강건을 전시 작가로 선정한 이유는, 그의 사진 속에 영험함이 느껴져서이다. 그 영험함이란 현대화 된 시대 속에서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것들, 관습으로 내려오는 무속신앙을 아카이빙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자신들의 소망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사람들의 간절한 염원과 그것을 실현해 내려는 신당 심방의 비장함이 더해, 영적인 느낌을 주는 사진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지방 무속을 단순히 포착해 내는 것을 넘어 강건이 촬영한 장소들은 성소로서 빛을 발휘하고 있었다.

신당에 들어서니 기승을 부리며 불던 바람이 잠잠히 가라앉는다. 빛은 급함이 없이 한 자리에 머물러 있다. 사방은 고요하고, 나는 가만히 바라보았다. 모든 감각들이 각자의 것을 하나씩 얻어 가기 시작한다.”

작가는 소재에 함몰되지 않고, 모든 감각들을 동원하여 신적인 영역과 그 신에게 염원을 드리는 사람들을 형상해 내기 위해 명상한다.

 

 김전기의 작업은 '보이지 않는 풍경'에서 경계에의 사유로 진화되어 현재 진행형이다.

그의 작업 [보이지 않는 풍경]은 군사지대와 일상적인 공간이 교차하는 지점에 주목하는데 그곳은 아름답지만, 그 속에 아직도 정치적 경제적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낯선 풍경이 도사리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경계에의 사유] 또한 그것의 연장선으로 작가는 지난한 시간 동안 통제받아 익숙해진 공간에 길들여진 사고와 시선은 쉽게 바뀌지 않고, 작은 변화들이 일어나지만 경계선 주변의 시간은 더디게 움직인다. 경계를 위한 장치들은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서 누군가를 경계하고 있다. 그래서 아직은 조금 더 경계에서 서성거릴 이유가 있는 것 같다.”라고 말한다. 작가가 말하는 이제는 익숙해진 경계일지라도 이것은 아직도 풀지 못한, 정치와 경제, 문화, 사회 전반의 모든 것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우리 사회의 가장 커다란 문제이니, 작가로서 분단의 문제에 천착한다는 것은 당연한 의무일 것이다. 이것이 작가가 아직도 분단현실의 경계에서 서성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정인 작가는 미래가 더 기대되는 작가이다. 자신의 작업을 사진집으로 직접 만들어 펴내고, 사적인 이야기가 담긴 아버지와의 이야기에서 자연이 순환되는 과정, 자연의 생명신호를 촬영하는 것으로 작업을 확장시키고 있는데, 그 담론에 담아내는 감성이 새롭다. 서이 갤러리 전시공모에는 Life signal(생명신호)를 가지고 응모하였다.

낱장의 이미지들은 개별적 존재 이전에 전체의 부분으로서 각자의 의미와 가치, 신호들을 전달한다는 작가의 말처럼 촬영된 각각의 사진이 전체로 나아가기 위해 개별적 의미와 가치를 잘 표현하고 있는데 이 이미지들은 익숙한 듯 보이나, 다시 들여다보면 작가만의 감성이 돋보이는 작업이기도 하다.

 

 손이숙 작가의 [부재의 방/버지니아의 방] 작업은 여성은 자신을 위한 공간을 갖고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하여 여성들의 공간과 그 공간 속, 거울에 비친 여성들과 사물들을 촬영해 보여주고 있다

손이숙 작가의 여성의 공간은, 현실의 그것과 다른 박제 된 공간이며, 그 시간 거기에 있었으나, 이미지들만 남은 부재된 공간이기도 하다. [부재의 방]여성의 사적인 공간을 촬영함으로써 자신만의 방이 필요한 여성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많은 변화와, 향상되고 있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의 방은 아직도 부족하고 그 방속의 풍경은 낯익은 듯하지만 한 편으로는 생경하기도 하다. 작가가 어떻게 여성의 방을, 작업 속에서 확장해 보여줄 지 계속 촬영 중인 작가의 이미지들이 더 궁금해진다.

 

 유별남 작가의 응모작품인 night fall은 동해의 초소에서 비치는 인공의 빛을 촬영한 것이다. 이 빛은 자연과 더불어 아름답지만, 그 아름다움을 만들어 주는 빛은 분단의 어두운 역사에서 생겨난 아픔의 산물이다. 서로를 감시하기 위한 초소의 불빛이 아무리 아름다운 저녁 경치를 만들어 낸다 하더라도 결국 그 빛은 사라져야 할 빛이며, 오히려 그 빛이 사라지게 되는 날, 분단의 아픔과 상처가 사라지고 평온한 자연의 빛이 우리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파키스탄의 사람들을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면서 시작한 그의 사진 작업이, 이제는 작가가 살고 있는 현실의 아픈 역사를 되돌아 보고 있다.

작년 빗개 전시에서 보여준 제주 4.3의 이야기와 남북의 경계선으로 생겨난 초소의 불빛을 촬영한 night fall 작업에서도 작가는 자신만의 내러티브를 만들어 내면서 진중한 주제의식을 담으려 한다.

 

 마지막으로 정금희 작가의 화락이토(花落以土)는 땅에 대한 작업이다.

어떤 공간에 존재하는 만물에는 그 곳만의 환경적, 생태적 의식과 정신이 깃들어 있다.’라고 생각하는 작가는 땅위에 있는 모든 것, 그것이 꽃이든 나무든 인공물이든 간에 모두 흙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것은 우주의 순환과도 같아서 결국 흙으로 돌아간 모든 것이 새로운 새 생명을 탄생시키고 다시 또 그것은 흙이 되는 순환의 원리로 작용한다. 소멸과 창조가 함께하는 공간을 촬영하는 작가는 우리들에게 결국 인간도 그 순환 중에 하나라고 말한다. 모두 흙으로 돌아갈 것 이라고. 그러나 이러한 의미부여 없이도 정금희 작가의 작품은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는 아름다운 작업이다.

      

 이미 알고 지내던 작가도 있었지만 작업 이야기를 하기는 처음이고, 초면인 작가도 있어 어색할 법도 하였지만, 작가의 작품 세계와 작업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다보니, 오히려 시간이 부족하게 느꼈다. 항상 생각하지만 사진과 예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즐겁고 유익하다. 이 새로운 만남, 작가들과의 만남은 그들의 과거와 현재, 앞으로의 미래가 한꺼번에 오는 것같아, 이 코로나 시국에도 깊은 감명을 받았다.

앞으로 서이갤러리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으로 다시 한 번 인사드리게 되는 6명의 작가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이들에게 많은 관심과 응원이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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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이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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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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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별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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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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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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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