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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미 개인전 <열 한 개의 꿈-나는 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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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한 꿈, 가능성의 예술


   - 이선미의 <나는 나비> 전시에 부쳐

 

 

글 : 최연하(독립큐레이터, 사진평론가)

‘꿈이 있는 장애인 공동체, 브니엘의 집’에서 이선미가 자원활동을 시작한 지 15년이 넘었다. 유치원 선생으로 일하는 틈틈이 ‘브니엘의 집’을 찾은 것이다. 1997년 3월에 설립된 중증장애인 생활 공동체 ‘브니엘의 집’은 시설법인이 아닌 곳이어서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후원인들의 도움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대부분 정신지체, 자폐, 뇌성마비 장애를 갖고 있어 타인의 손길이 절실히 필요하다. 대개 지체장애인이 스트레스와 우울, 열등감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운 것이 스스로를 자유롭게 돌볼 수 없는 데서 생기는 낮은 자아존중감 때문인데, 교육학과 사진학을 전공한 이선미와 브니엘의 집과의 인연이 다행이고, 필연으로 여겨진다. 더욱 귀하고 아름다운 것은, 이론과 생각에 머물지 않고 서로를 지지하는 꿈의 마중물이 되었다는 것, 그리하여 ‘하나님의 얼굴’이란 뜻을 가진 ‘브니엘(Peniel)’ 식구들이 이선미의 사진 속으로 해맑게 들어오는 ‘사건’이 일어났다. 소방관과 야구선수, 가수와 요리사, 탐험가와 조련사가 된 이들의 포즈(pose)는 자아존중과 기쁨으로 가득하다. 꿈으로만 간직했던 희미한 빛이 실제가 되어 사진에 박힌 것이다. 이선미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그저 한낱 꿈으로 끝날 수도 있는 ‘꿈’이었다. 

이선미의 사진 속에서 댄스 가수는 곧 춤을 출 것처럼 리듬을 타고 있고, ‘그냥’ 소방관이 아닌 ‘멋진’ 소방관은 위험에도 굴하지 않는 용맹한 모습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류현진만큼’이나 야구선수가 이미 되었고, 미지의 세계를 향해 발을 딛는 탐험가의 자세는 용감하기만 하다. 사진을 찍었을 뿐인데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주지하다시피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하는 ‘에이블 아트(Able Art)’는 장애인 예술의 표본으로 꼽힌다. 장애를 가진 이가 일상의 일반적인 생활을 영위하기조차 힘들어 무능력하고 불가능한 존재일 수 있지만, 또 다른 가능성의 발화에 방점을 둔 용어이다. 모든 가능성이 ‘불가능’을 전제하고, ‘불가능’ 안에 이미 ‘가능’이 움트고 있듯이, 장애가 있는 사람의 ‘어떤 가능성’을 살피고 주목하자는 것이다. 에이블 아트는 장애인을 포함하여 사회적으로 소외되거나 저평가를 받는 사람들이 예술 활동을 통해 자아를 새롭게 발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에이블 아트에 동참하는 비장애인에게도 해당이 된다. ‘에이블 아트(Able Art)’ 혹은 ‘보더레스 아트(Borderless Art)’를 혼용하는 이유이다. 보이지 않는 가능성을 발아시키려면 ‘경계 없음’의 사유는 각별히 요청된다. 장애인 서로의 협력과 연대뿐만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연대와 지지를 통해 서로의 가능성을 일깨우고 긍정적인 자아존중감을 향상 시켜 주는 것. 이선미는 ‘열 한 개의 꿈’을 사진으로 실현하기 위해 그동안 그들의 억압된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도록 그들 곁에 있었고, 개인의 가치가 발휘될 수 있게 도왔다. 이선미가 사진작가로 거듭날 때, 브니엘의 집 식구들도 거침없이 자기 꿈을 선보이고 있었다. 사진 실천을 통해 삶이 예술이 되고 예술이 일상이 되는 아름다운 경지이다.   

삶과 동떨어진 곳에 예술을 안치하려는 사람이 있다. 반면 일상의 사유와 행위의 과정을 곧장 예술창작의 초석으로 두는 작가가 있다. 예술이 예술을 위한 예술로 그치거나 혹은 나와 세계(사회)의 관계를 문제화하며 예술 실천을 행하는 이, 이선미는 후자의 기획에 가깝게 다가선다. 사진을 실천하고 ‘사진’과 ‘삶’의 관계, 즉 ‘삶으로서의 사진’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그렇기에 이 엄청난 카메라의 기술을 긍정하면서 새로운 삶의 방식과 감각을 창안하고 실험하는데 집중하는 것이다. 불가능 속에 잠재된 가능성을 계속 감각하고 지각하고 사고하는 이선미 사진의 가능성이 어디까지 발현될지, 열 한 개의 꿈이 총총히 사진에 박히는 과정 속에서 그들이 회복했을 자존과 기쁨을 공감하며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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